전국에서 멧돼지와 사슴이 ‘유해 야생동물’로 퇴치되고 있다. 밭을 망치기 때문이다. 잡힌 동물의 대부분은 그대로 산에 묻힌다. 식육으로 유통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교탄고시에서 덫 사냥을 하는 하루이 씨는 그 점을 납득하지 못한다.

동물은 악당이 아니다. 잡았으면 남김없이 써야 한다. 먹기 위해 잡는다. 그 한 가지가 이 사람이 하는 사냥의 모든 전제가 되어 있다.

호주의 목장에서 탄고의 산으로

하루이 씨의 이력은 사냥꾼으로서는 이색적이다.

원래는 식육 업계에 있었다. 호주에서 목장을 경영하며 소고기 수입 판매에 종사했다. 그 뒤로는 자동차 정비사로서 레이싱 숍을 운영하고 있다. 고기를 다루는 눈과 기계를 다루는 손을 모두 가진 사람이다.

교탄고로 이주한 것은 딸이 시내 나카하마의 어부 집안으로 시집간 인연 때문이었다. 이주를 앞두고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사냥꾼 체험 투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수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카라즈카에서 면허를 따고, 와카야마와 나라의 옛 방식을 지키는 사냥꾼들에게 입문해 엄격한 지도를 받았다.

‘잡은 생명은 결코 헛되이 하지 않는다’는 신념은 그 스승들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기도 하다.

덫 사냥은 짐승과의 속고 속이기

멧돼지 덫(이미지)
멧돼지 덫(이미지)

덫을 놓는 곳은 짐승이 다니는 길이다. 다만 아무 데나 되는 것은 아니다.

짐승은 나무뿌리 같은 장애물을 피해 걷는다. 그 습성을 읽고, 지나갈 법한 한 지점에 덫을 놓는다. 나아가 발자국의 크기와 무리의 구성을 보고 노릴 개체를 고른다. 주로 한 살 반에서 세 살 사이의 암컷. 육질이 좋고, 무리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 선택이다.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노린 한 마리를 잡는 기술이다. 산에 들어가 상대의 걸음을 읽고, 이쪽 사정이 아니라 상대의 사정에 덫을 맞춘다. 잡힐지 말지는 거기서 이미 정해진다.

피를 남기지 않는다

하루이 씨의 고기가 높이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숨통을 끊은 뒤에 있다.

총으로 쏘는 것이 아니라, 덫에 걸린 개체를 칼로 처리한다. 동맥과 정맥을 끊어 심장이 아직 뛰고 있는 동안 피를 뺀다. 심장이라는 펌프가 움직이고 있을 때 빼기 때문에 피가 몸 안에 남지 않는다.

지비에(야생 육류)에서 ‘누린내가 난다’는 말이 나오는 원인의 대부분은 이 피에 있다. 남기지 않으면 잡내는 나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산에서 잡힌 시점에 그 고기의 질은 거의 정해져 버린다. 주방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요리사가 솜씨를 발휘하기 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의 손놀림이 접시 위의 맛을 정한다. 하루이 씨가 맡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교탄고의 산이 가진 것

일본사슴(이미지)
일본사슴(이미지)

그러면서 하루이 씨는 교탄고 산의 질을 높이 평가한다.

멧돼지는 도토리를 넉넉히 먹고 자란다. 그래서 지방에 단맛이 있어 이베리코 돼지 같은 맛이 난다고 한다. 사슴은 물과 공기와 토양이 깨끗한 덕분에 기생충이 매우 적고, 건강한 개체가 많다.

바다가 풍요로운 것은 해저의 진흙이 좋기 때문이라고 어부는 말한다. 산이 풍요로운 것은 도토리와 물과 흙 덕분이라고 사냥꾼은 말한다. 같은 땅을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컨테이너 하나에서부터

이만한 고기가 있어도 유통시킬 수 없다면 식탁에는 닿지 않는다.

사냥감은 잡은 즉시 적절히 냉각하고 처리하지 않으면 식육으로 쓸 수 없다. 산에서 먼 시설까지 옮겨서는 늦는다. 하지만 소규모 처리 시설의 인가는 문턱이 높아, 결국 많은 수가 땅에 묻히고 만다.

그래서 하루이 씨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 12피트 냉동 컨테이너를 활용한 소규모 1차 처리 시설이다. 자택 부지 등에 두고, 잡은 고기를 그 자리에서 곧바로 냉각·처리한다. 보건소의 인가를 받기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를 이어 가고 있다.

사냥 솜씨만으로는 고기가 식탁에 닿지 않는다. 제도와 설비를 갖추는 데까지가 자기 일이라고 이 사람은 생각한다. 식육 업계에 몸담았던 사람다운 현실 감각이기도 하다.

잡는 것만이 일은 아니다

하루이 씨는 사냥과 해체의 배경에 있는 ‘생명의 무게’를 전하는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일반인과 요리사를 위한 체험 투어와 견학회. 앞으로 젊은 사냥꾼을 길러 내는 일도 내다보고 있다.

같은 고기라도 누가 어떻게 잡고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본인에게서 듣고 먹으면 다른 경험이 된다. ‘내가 잡은 생명이니까 소중히 다룬다’는 말은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전해진다. 이야기하는 것까지가 이 일의 일부다.

남김없이 쓴다는 것

멧돼지 고기 보탄나베(이미지)
멧돼지 고기 보탄나베(이미지)

유해 야생동물로 잡혀 땅에 묻혀 가는 생명이 있다. 같은 산에서 한 마리씩 골라 잡고, 피를 빼고, 곧바로 식혀, 식탁까지 보내려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기술의 차이인 동시에 다루는 방식의 차이다.

먹기 위해 잡는다. 잡은 생명은 헛되이 하지 않는다. 하루이 씨의 일은 그 한마디를 끝까지 실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가 필요한지를 보여 준다.